한국 현대도예의 선도적 흐름을 이끌어 온 권순형의 도예세계는 전통적인 도자기의 기형에 유약의 번짐과 흐름을 통한 즉흥성, 우연성, 추상성 등을 실험해 온 지난한 현대화의 궤적이었다. 이 작품은 민항아리 형태의 원통형 기형에 녹청유와 철유를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마치 눈꽃이 피어나는 듯한 효과에 주목한 작품이다. 시기적으로는 서울대교수로 재직 중이던 64세 때로, 왕성한 작품활동기에 제작된 것이다. 마치 동양화의 산수화처럼 유약의 농담과 색상대비를 통해 계곡과 안개에 싸인 산수절경을 연상케 한다.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예상된 유약의 효과를 극대화시킨 권순형의 도예세계는 흙과 불, 그리고 예술가의 장인정신이 응결되어 빚어진 것으로 한국도예를 현대로 향하게 하는 길목의 표지판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아무래도 전통의 기형 속에 현대미술의 색면추상을 결합시킨 것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