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건의 초, 중년기 작품들은 당시 전통적인 남종산수화의 인식을 바탕으로 남도산수로 지칭되는 호남지방에 유행하던 경향과는 다른 독자적 경지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은 1948년 해방후 작품으로 40이 갓 넘은 나이에 제작되었으며, 상상으로 중국의 화풍을 따르던 전통적인 남종 수묵화의 경향과는 달리 실제 사생을 통하여 우리의 자연을 그려내는 실경 화풍으로 평가된다. 이후 ‘남농화법(南農畵法)’이라고 불리우는 갈필의 짧은 선들을 반복하면서 이루어지는 선묘와 담묵을 곁들이면서 중첩된 미점(米點)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초가정자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촌로들이나 봄이 오는 길목에 제비들이 방향을 달리하며 즐겁게 날고 있는 모습, 멀리 보이는 초가지붕, 밭들의 전경에서 산촌 풍경을 가감없이 표현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