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visual

예술원소식

제70회 대한민국예술원상 및 제4회 젊은예술가상 시상식 개최
관리자
92

  대한민국예술원(회장 신수정, 이하 예술원)은 9월 5일(금) 오후 2시, 예술원 대회의실에서 ‘제70회 대한민국예술원상 및 제4회 대한민국예술원 젊은예술가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자 3명, 젊은예술가상 수상자 6명에게 상을 수여하며, 수상자와 그 가족들, 예술원 회원 등과 함께 수상의 기쁨을 나눈다.

 

올해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자로는 ▴문학 부문에 평론가 우찬제(禹燦濟) 씨, ▴미술 부문에 서양화가 이봉열(李鳳烈) 씨, ▴무용 부문에 무용가 채상묵(蔡相黙) 씨가 선정됐다.

 

대한민국예술원상은 1955년부터 매년 우리나라 예술진흥 발전에 현저한 공적이 있는 예술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서, 문학, 미술, 음악, 연극·영화·무용 4개 부문에서 올해까지 수상자 총 233명을 배출했다.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5천만 원을 수여한다.

 

젊은예술가상의 수상자로는 ▴문학 부문에 소설가 최진영(崔眞英) 씨, ▴미술 부문에 공예가 윤이랑(尹伊浪) 씨, 서양화가 박관택(朴寬澤) 씨, ▴연극 부문에 연극배우 백석광(白石光) 씨, 연극연출가 민새롬(閔새롬) 씨, ▴영화 부문에 영화배우 박종환(朴鍾環) 씨가 선정됐다.

 

2022년도에 신설된 젊은예술가상은 뛰어난 작품활동으로 우리나라 예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만 40세~45세 이하의 예술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서,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영화, 무용 부문에서 올해까지 수상자 총 23명을 배출했다.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2천5백만 원을 수여한다.

 

예술원은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대한민국예술원상과 젊은예술가상 후보자 추천을 받고, 부문별 심사위원회와 종합심사위원회 등을 거쳐 6월 26일(목), 제75차 정기총회를 통해 최종 수상자를 선정했다.

 

 

■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자 우찬제 문학평론가 수상소감

 

존경하는 예술원 회원 선생님들,

그리고 아직 더운 날씨임에도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가족과 문학판의 동료 선후배 여러분,

서강대의 동학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 제가 영광스러운 상을 받습니다만,

실은 저 한 사람이 받는 것이 아니라,

가장 진실하면서도 아름다운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문학이라는 강물에서 함께 흐르며 교감하고,

고뇌하며, 발견하고 모색하는,

모두와 함께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참 작은 사람이었고, 제가 쓴 것은 아주 작은 글이었습니다.

한없이 작은 목소리로 느리게, 세상의 바람결과 진실의 숨결을, 더듬거렸습니다.

큰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해보지 못했고,

확신에 찬 메시지를 전하지 못했습니다.

늘 부끄럽고 부족하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곁을 지켜주시고 그윽한 눈길로 성원해주신 여러분 덕분에

오늘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저만치 작게 떨어져 홀로인 경우가 많았지만,

저의 홀로움 안에 스며든 여러분의 따스한 숨결 덕분에,

결코 외롭지만은 않은 ‘고독한 공생’의 문학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거듭 감사합니다.

문학과 더불어 제대로 숨쉴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야말로 리드미컬하게, 저의 들숨과 날숨이 평화롭기를,

저의 숨과 남의 숨이, 저의 숨과 세상의 숨이

호흡 충돌을 일으키지 않기를 욕망했습니다.

그러나 평화는 멀고 충돌은 가까웠습니다.

피차 숨결은 거칠었습니다.

숨은 종종 정처를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하여 숨 쉬기 위해서라도 질문해야 했습니다.

“당신을 어떻게 진실로 만날 수 있을까?”

“당신이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도록 내 숨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

“당신의 고통을 어떤 말로 품어 치유할 수 있을까?”

“정녕 당신의 목소리에 접속해, 득음의 경지에 이를 참 지혜는 어디에 있을까?”

“당신의 부재를 통해 어떻게, 나와 당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질문들은 끝이 없었고, 늘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200자 원고지의 첫 칸, 백색 모니터의 빈 화면은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 첫 칸을, 그 첫 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아득하기만 했습니다.

저의 선친은 평생 소가 끄는 쟁기로 논밭을 일구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가끔 쟁기질을 한 적이 있는데요.

넓은 밭에 첫발을 내디딜 때는 언제 이 밭을 다 갈지 아득했는데,

그래도 소가 이끄는대로 한 걸음 또 한 고랑 가다 보니 끝이 보이더군요.

글을 쓸 때마다 저를 이끌던 소를 찾고 소에 의지해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침내 소를 찾고, 소가 저와 둘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을까요?

그 순간을 말 그대로 ‘일필휘지’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있을까요?

참 그랬으면 좋겠는데, 어쩐 일인지 계속 미끄러지기만 합니다.

그래서 계속, 한 걸음, 한 걸음 더 제 ‘글 밭’을 갈아볼까 합니다.

오늘 이 영광스러운 상으로 저의 ‘글 밭’ 갈기를 응원해주신

대한민국예술원에 다시 한번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계속 부지런히 글 밭을 갈며,

말해질 수 없거나 말해지지 않은 것들,

이제는 잊힌 것들,

애당초 이름조차 제대로 지닐 수 없었던 여리고 희미한 존재들을 불러내고

숨 쉬게 하고, 그 영혼에 걸맞은 리듬을 지니게 하겠습니다.

꿈꾸게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제 숨결의 평화를 찾아 나가겠습니다.

들숨 날숨으로 만나는 세상의 모든 당신‘들’과,

이 수상의 영광을 함께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5. 9. 5.

우찬제